금리인상기임에도 가계대출 차주들이 고정금리를 택하는 비중이 올들어 계속 줄고 있다. 금리가 급격히 오를 때는 고정금리가 더 유리하다는 인식과 반대로 가는 셈이다. 아직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탓에 당장 한 푼이라도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17.4%로 2014년1월(14.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가 0.5%에서 1.75%까지 5차례 오를 동안 고정금리 비중은 20%대 언저리를 유지했다. 특히 올 들어 고정금리 비중은 23.7%(1월)→22.1%(2월)→19.5%(3월)→19.2%(4월)→17.4%(5월) 순으로 계속 떨어졌다.
통상 금리가 급격히 오를 때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좋다는 조언과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당장에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아 나온 결과다. 전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주담대 혼합형(고정)금리는 연4.66~6.430%로 변동금리(3.63~5.896%)보다 하단은 1.03%p, 상단은 0.534%p 높았다.
고정금리는 한번 책정된 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을 담고 있다. 은행들은 이를 고려해 가산금리를 더 붙이고, 때문에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의 금리가 일반적으로 높다.
대신 한 번 정한 금리가 보통 5년(5년 혼합형 기준)까지 가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을 고려하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그만큼 미래의 상환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정금리를 택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아직은 당장의 금리를 조금이라도 아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저금리 시대에 연 2~3%대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차주들은 지금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당장 내야 할 이자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해도 언젠가 정점을 찍고 떨어질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한동안은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출금리 역시 우상향을 그릴 전망이다. 5월 은행권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4.14%를 기록하며 2014년1월(4.15%) 이후 가장 높았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는 상황이어서 대출금리도 이에 발맞춰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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